'정수기'와 '케어' 사이에, 후려쳐지는 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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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1만 8900원에 직수관 무상교체와 방문 살균 케어, 필터 교체까지!" 한 렌탈정수기 광고 문구다. 국내 렌탈가전시장은 부담 적은 초기비용과 방문관리서비스를 어필하며 계속해 성장하고 있다.
이 렌탈가전의 주요 구매유인은 정기적 방문관리서비스다. 가전과 소비자를 연결하는 이 서비스는 방문대면서비스뿐 아니라 공구를 이용한 기기 정비기술과 운전 등 통상 남성에게 요구되는 노동으로 구성돼 있다. 그럼에도 이 업무는 '정수기에 달려오는', 저임금 여성노동이 되어 있다. 왜 그럴까?
최은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법률위원장은 "이 업종은 애초부터 업무 성격·가치와는 무관하게 성차별적 사고와 기업의 비용절감 요구에 따라 저임금·불안정 일자리로서 설계됐다"고 지적했다.
기업이 가정방문 대면서비스와 감정노동에 적합하면서 저임금도 감내할 수 있는 대상으로서 여성을 선정하고, 업무에 수반되는 노동을 비공식화·저평가하면서 저임금과 불안정 일자리를 정당화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처럼 임금수준과 업종의 성별은 사회적 선택, 기업의 필요 등에 의해 자의적으로 결정되"며, "이렇게 선택적으로 결정된 임금수준은 역으로 여성노동의 가치를 저하, 비하시키는 요인으로 다시 작용한다"고 말했다.1)
...
우리 일이 원래 AS기사들이 했던 일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사실상 수리기사 일에 감정노동 서비스까지 넣어서 만들어낸 직군 같아요. 점검, 수리, 외관 클리닝, 고온 살균세척… 유지관리 업무만 해도 많은데 정수기 주변 먼지 안 닦고 갔다고 클레임 들어오기도 해요. 제품이 고장나면 AS센터로 연락해야 하는데 그것도 우리한테, 정기결제 렌털비 안 빠져나갔다는 것도 우리한테. 그러니까 콜센터부터 AS 대행접수까지 다 하고 있어요. '고객 눈높이에 맞춘 서비스' 제공이라는 게 정말 극한직업이에요.
그런데 반대로 정수기 직수관을 교체하는데 남자 고객분이 "AS기사도 아닌데 왜 와서 정수기를 다 뜯고 있느냐"면서 화를 낸 적도 있어요. 우리는 고객이 원하는 건 다 해줘야 하지만, 전문성은 못 믿겠다는 거죠.
"점검이 필수인데 왜 점검하는 손이 안 닿게 만들어져 있을까요"
특히 힘든 업무는 공기청정기 케어랑 감정노동. 공기청정기는 점검도 힘든데 도구도 되게 무겁거든요. 살균기가 3~4킬로, 무선청소기가 2킬로. 거기에 교체용 필터랑 각종 점검키트 같은 거 다 합치면 10킬로 정도 돼요. 또 공기청정기는 필터 교체가 주요 업무인데 쓰다 보면 필터만 아니라 제품 내부에 먼지가 많이 쌓여요. 사실 판매할 때 회사가 유지관리 방법을 안내해줘야 하는데 안 그러니까 되게 무자비하게 사용들을 하시죠.
원래 청소도 매달 해줘야 하는데 우리가 해주는 거라고 생각하고 안 하세요. 그런데 우리는 6개월에 한 번 가는 거거든요. 그럼 그동안 방치된 공청기 안이 어떻게 돼 있겠어요. 먼지가 기름때를 흡수해서 카스테라처럼 찐득찐득하게 쌓여 있어요. 공청기 팬 틈새를 일일이 파서 청소를 하는데 손이 안 들어가는 부분이 있거든요. 그럼 손목을 어떻게든 꺾어서 넣어야 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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꺾이고 틀어지고 끼이는 몸들... 그래도 안전은 '내돈내산'?
그래서 근골격계 질환들이 진짜 심각하고, 손가락 변형 온 분들도 많아요. 방광염도 많고요. 화장실을 잘 못 가니까요. 고객 집에선 (화장실) 말도 못 꺼내죠. 언제 클레임이 튀어나올지 모르는데. 같은 지역 매니저들끼리 공용화장실 위치를 서로 공유하는데 이동 경로랑 타이밍 맞으면 가는 거고 아니면 못 가요. 대체로는 참죠.
나도 일한 지 3년 좀 넘었는데 손가락 변형이랑 빈뇨증 같은 비뇨기계 질환이 왔어요. 허리랑 어깨가 너무 아파서 진통제 없으면 밤에 잠을 못 잘 정도고. 아프거나 다쳐서 그만두는 분들 너무 많아요. 아는 분도 일하다 손목뼈 부러졌는데, 일 자체가 손목 돌리는 일이니까 결국은 퇴사하셨어요.
그런데 회사는 우리 일이 위험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안 하는 거 같아요. 보호해준다는 게 없어요. 회사에서 미끄럼 방지 안전화라고 내놓은 건 있는데 질이 안 좋다는 얘기가 많더라고요. 그것도 매니저가 50% 가격 부담을 해야 해요. 2만9천 원.
손가락 변형 막는다고 니트릴 장갑 제공해주긴 하는데 그것도 정수기 직수관 교체 작업할 때만 제공해줘요. 나머지는 다 비닐장갑만 주는데 미끄러우니까 되려 힘이 더 들어가서, 그냥 사비로 니트릴장갑이랑 손목보호대 사서 쓰기도 해요. 유니폼도 그냥 주는 게 아니에요. 1년 안에 일 그만두면 물어내래요. 안 입은 거 가져오는 것까진 된다고 했어요. 하하.
http://naver.me/xbLoYiB1
이 렌탈가전의 주요 구매유인은 정기적 방문관리서비스다. 가전과 소비자를 연결하는 이 서비스는 방문대면서비스뿐 아니라 공구를 이용한 기기 정비기술과 운전 등 통상 남성에게 요구되는 노동으로 구성돼 있다. 그럼에도 이 업무는 '정수기에 달려오는', 저임금 여성노동이 되어 있다. 왜 그럴까?
최은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법률위원장은 "이 업종은 애초부터 업무 성격·가치와는 무관하게 성차별적 사고와 기업의 비용절감 요구에 따라 저임금·불안정 일자리로서 설계됐다"고 지적했다.
기업이 가정방문 대면서비스와 감정노동에 적합하면서 저임금도 감내할 수 있는 대상으로서 여성을 선정하고, 업무에 수반되는 노동을 비공식화·저평가하면서 저임금과 불안정 일자리를 정당화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처럼 임금수준과 업종의 성별은 사회적 선택, 기업의 필요 등에 의해 자의적으로 결정되"며, "이렇게 선택적으로 결정된 임금수준은 역으로 여성노동의 가치를 저하, 비하시키는 요인으로 다시 작용한다"고 말했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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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일이 원래 AS기사들이 했던 일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사실상 수리기사 일에 감정노동 서비스까지 넣어서 만들어낸 직군 같아요. 점검, 수리, 외관 클리닝, 고온 살균세척… 유지관리 업무만 해도 많은데 정수기 주변 먼지 안 닦고 갔다고 클레임 들어오기도 해요. 제품이 고장나면 AS센터로 연락해야 하는데 그것도 우리한테, 정기결제 렌털비 안 빠져나갔다는 것도 우리한테. 그러니까 콜센터부터 AS 대행접수까지 다 하고 있어요. '고객 눈높이에 맞춘 서비스' 제공이라는 게 정말 극한직업이에요.
그런데 반대로 정수기 직수관을 교체하는데 남자 고객분이 "AS기사도 아닌데 왜 와서 정수기를 다 뜯고 있느냐"면서 화를 낸 적도 있어요. 우리는 고객이 원하는 건 다 해줘야 하지만, 전문성은 못 믿겠다는 거죠.
"점검이 필수인데 왜 점검하는 손이 안 닿게 만들어져 있을까요"
특히 힘든 업무는 공기청정기 케어랑 감정노동. 공기청정기는 점검도 힘든데 도구도 되게 무겁거든요. 살균기가 3~4킬로, 무선청소기가 2킬로. 거기에 교체용 필터랑 각종 점검키트 같은 거 다 합치면 10킬로 정도 돼요. 또 공기청정기는 필터 교체가 주요 업무인데 쓰다 보면 필터만 아니라 제품 내부에 먼지가 많이 쌓여요. 사실 판매할 때 회사가 유지관리 방법을 안내해줘야 하는데 안 그러니까 되게 무자비하게 사용들을 하시죠.
원래 청소도 매달 해줘야 하는데 우리가 해주는 거라고 생각하고 안 하세요. 그런데 우리는 6개월에 한 번 가는 거거든요. 그럼 그동안 방치된 공청기 안이 어떻게 돼 있겠어요. 먼지가 기름때를 흡수해서 카스테라처럼 찐득찐득하게 쌓여 있어요. 공청기 팬 틈새를 일일이 파서 청소를 하는데 손이 안 들어가는 부분이 있거든요. 그럼 손목을 어떻게든 꺾어서 넣어야 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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꺾이고 틀어지고 끼이는 몸들... 그래도 안전은 '내돈내산'?
그래서 근골격계 질환들이 진짜 심각하고, 손가락 변형 온 분들도 많아요. 방광염도 많고요. 화장실을 잘 못 가니까요. 고객 집에선 (화장실) 말도 못 꺼내죠. 언제 클레임이 튀어나올지 모르는데. 같은 지역 매니저들끼리 공용화장실 위치를 서로 공유하는데 이동 경로랑 타이밍 맞으면 가는 거고 아니면 못 가요. 대체로는 참죠.
나도 일한 지 3년 좀 넘었는데 손가락 변형이랑 빈뇨증 같은 비뇨기계 질환이 왔어요. 허리랑 어깨가 너무 아파서 진통제 없으면 밤에 잠을 못 잘 정도고. 아프거나 다쳐서 그만두는 분들 너무 많아요. 아는 분도 일하다 손목뼈 부러졌는데, 일 자체가 손목 돌리는 일이니까 결국은 퇴사하셨어요.
그런데 회사는 우리 일이 위험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안 하는 거 같아요. 보호해준다는 게 없어요. 회사에서 미끄럼 방지 안전화라고 내놓은 건 있는데 질이 안 좋다는 얘기가 많더라고요. 그것도 매니저가 50% 가격 부담을 해야 해요. 2만9천 원.
손가락 변형 막는다고 니트릴 장갑 제공해주긴 하는데 그것도 정수기 직수관 교체 작업할 때만 제공해줘요. 나머지는 다 비닐장갑만 주는데 미끄러우니까 되려 힘이 더 들어가서, 그냥 사비로 니트릴장갑이랑 손목보호대 사서 쓰기도 해요. 유니폼도 그냥 주는 게 아니에요. 1년 안에 일 그만두면 물어내래요. 안 입은 거 가져오는 것까진 된다고 했어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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