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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풍기도 판다고? 왕서방들의 ‘짝퉁 한식당’ 유럽서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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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814회 작성일 23-11-03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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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의 관광 명소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걸어서 15분, 파리 중심가에 속하는 11구에 꽤 소문난 한식당이 하나 있다. 불어와 한자로 ‘BBQ coréen(韩国烧烤·한국식 바베큐)’이라고 쓴 간판이 붙어 있고, ‘한국식 레스토랑(Restaurant coréen)’이라고 쓴 글귀도 보였다. 김치·된장찌개와 불고기, 각종 부침개 등을 파는, 겉보기에 영락없는 한식당이다. 인터넷 식당 평가 사이트의 평점도 5점 만점에 4.5점으로 매우 높았다. 한 프랑스인은 “내가 지금껏 가본 한국 식당 중 맛과 서비스 모두 최고”라고 적기도 했다.

하지만 식당 메뉴판을 보니 다른 한식당과 다른 점들이 여럿 눈에 띄었다. 연어 요리, 양고기 요리 등 한국 요리에서는 잘 등장하지 않는 낯선 메뉴들이 있었다. 중식 메뉴인 ‘깐풍기’가 포함돼 있는 것도 특이했다. 무엇보다 메뉴판에 중국어 간체자(簡體字)로 친절한 메뉴 안내가 적혀 있었다. 한국인 손님이 많은 다른 한인 식당과 달리 손님은 모두 현지인이었다. 근처 교민에게 물어보니 뜻밖의 답변이 돌아왔다. “거기 진짜 한식당 아닙니다. 중국 사람이 운영하는 ‘중국계 한식당’이에요.”
세계 문화와 예술의 중심지 파리에 중국계 한식당이 늘어나고 있다. 교민들은 “현재 파리에서 영업 중인 중국계 한식당만 20여 개”라고 했다. 우리 교민이 직접 운영하는 200여 개 한인 식당에 비하면 많지 않은 숫자다. 하지만 최근 드라마와 K팝의 인기로 대표되는 한국 문화 열풍을 타고 빠른 속도로 숫자가 늘고 있다. 한국인이 많이 사는 15구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한 교민은 “얼마 전에도 근처에 중국인이 운영하는 한식당이 생겼다”면서 “정말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는 것 같다”고 했다.

파리뿐만이 아니다. 리옹과 마르세유 등 프랑스 지방 도시, 독일 베를린과 프랑크푸르트, 프라하 등 유럽의 다른 대도시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 독일 교민은 “중국 관광객을 상대로 성업했던 중국 식당들이 신종 코로나 사태 이후 매상이 급감하자, 현지인이 선호하는 한식당으로 종목을 갈아타고 있다”고 했다. ‘한국식 치킨’이 큰 인기를 끌자 중국계 ‘치맥(치킨맥주)집’도 생겨났다. 이 중 몇몇은 한국을 뜻하는 ‘K’를 상호에 넣고, “서울에서 왔다”고 한글로 써 붙여놓기도 했다.

이들은 현지화된 맛과 서비스로 빠르게 세를 키우고 있다. 한국 음식의 매운맛을 줄이고, 달고 짭조름한 맛을 가미했다. 또 ‘우버이츠’나 ‘딜리버루’ 등은 물론, ‘헝그리판다(熊猫外賣)’와 ‘알로르팽(方圓食里)’ 등 중국계 앱을 이용해 적극적인 배달 영업을 한다. 단품 중심의 메뉴가 많은 한인 식당과 달리 점심 메뉴와 세트 등 실속 메뉴도 내놓고 있다. 아예 테이크아웃 전문으로 영업 방식을 바꾼 곳도 있다. 파리 2구의 한 중국계 테이크아웃 한식당은 점심 시간에 3~4m씩 줄을 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들 중국계 한식당은 물류와 재료 공급도 중국 네트워크를 이용한다. 각종 야채와 육류는 물론, 한식에 필수적인 간장·고추장·된장 등도 중국계 마트에서 공급받는다. 재료 상당수가 중국산이다. 한 교민 식당 대표는 “최근 프랑스 북서부 해안 노르망디에 중국계 김치 공장이 생겼는데, 중국계 한식당은 이곳에서 김치를 공급받고 있다”고 말했다. 종업원은 한국인도 있지만 중국 교포나 동남아 출신이 많다. 음식 가격도 한인 식당과 비교해 10~20% 저렴한 편이다.

중국계 한식당을 바라보는 교민의 시각은 엇갈린다. 아직은 “한국 문화의 위상이 높아지다 보니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너그럽게 보려는 이들이 많다. “과거 일본 요리가 유행했을 때 너도나도 일본 식당을 차리려 했던 것과 유사한 상황”이라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교민은 “중국계 한식당들이 ‘짝퉁 한식’을 유럽인에게 소개하고 있다”며 “한식의 위상을 떨어뜨리고 진짜 한식을 대체하는 악화(惡貨)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기도 한다.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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